언론보도
법무법인(유) 린 이병화 변호사, 예측 불가능한 비극 속 유산의 행방 – 상속 순위와 대습상속 [이병화의 헤어짐과 남겨짐의 법률]
법무법인(유) 린 이병화 변호사
■ 자산가 딸의 비극적인 선택, 유산은 누구에게?
한 무남독녀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수성가해 100억대 재산을 일군 촉망받는 사업가였지요. 일에 몰두하느라 변변한 연애도 못하고 살다가 마흔이 훌쩍 넘어 만난 남자와 마음을 빼앗겨 서둘러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홀로 딸을 키워온 어머니는 사위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딸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혼의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결혼 직후부터 부부간 불화가 심했고, 신랑이 수시로 외박을 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급기야 결혼한지 1년도 안 돼 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사위는 딸의 사망 후 상속관계가 정리된 직후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이 내용은 실화에 기반을 두고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 법정 상속 순위
이 상황에서 많은 분이 딸의 유산의 향방에 대해 궁금해하실 겁니다. 지난 회에 말씀드린 상속 순위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겠습니다.
1순위는 고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이고, 2순위는 고인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입니다. 배우자는 1순위 또는 2순위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 되며, 1, 2 순위 상속인이 모두 없을 경우에는 단독상속인이 됩니다.
이 사안에서 고인에게는 자녀가 없으므로 1순위 상속인은 없습니다. 따라서, 다음 순위로 넘어가 2순위 상속인인 고인의 어머니가 고인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고, 고인의 남편은 어머니와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존속의 상속분보다 50% 가산되므로, 어머니의 상속분을 1이라고 할 때 남편(사위)의 상속분은 1.5가 됩니다. 만약 총 상속 재산이 100억원이라면, 남편(사위)이 약 60억 원, 어머니가 약 40억원을 상속받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위가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딸이 고생해서 일군 재산의 많은 부분을 가져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당하고 가슴 아프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법은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법률상 배우자의 상속권을 매우 강력하게 보호하므로, 이는 어쩔 수 없는 결론입니다.
■ 어머니의 사망, 자취를 감추었던 사위는? - 대습상속
딸의 사망 후 점점 병약해가던 어머니는 그로부터 5년 후에 사망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딸로부터 받은 유산, 그리고 딸이 사준 30억대 고가 아파트와 다액의 예금 등이 있었습니다. 이 어머니의 유산은 이제 누구에게 향할까요?
어머니의 1순위 상속인은 직계비속(자녀)입니다. 먼저 사망한 딸은 무남독녀이어서 다른 자녀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1순위 상속인이 없는 것일까요? 여기서 대습상속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사망할 경우 그 사망한 자식의 자녀(손자녀) 또는 배우자(사위, 며느리)가 사망한 자식의 상속분을 이어받는 제도입니다. 사망한 자식에게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가 단독으로 대습상속합니다. 다만, 배우자가 대습상속을 받기 위한 전제는 재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어야 합니다. 배우자가 재혼하면 그 즉시 인척관계는 종료되는 것이고, 따라서 대습상속권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딸의 사망 후 자취를 감추었던 사위는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동안 사위가 재혼을 했다면 어머니의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겠지만, 재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 사위는 대습상속인으로서 어머니의 유산 전액을 상속받게 됩니다. 과연 실제의 사례에서 사위는 재혼을 했을까요? 아니면 재혼을 하지 않은 채 어머니의 사망을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 상속의 지혜
이 사례는 상속이 단순히 혈연관계나 감정적인 유대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법정 상속 순위와 대습상속의 법리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동해, 때로는 고인의 진정한 뜻이나 남겨진 가족의 현실적 상황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위가 재혼하지 않고 있었다면 딸과 어머니가 보유하던 거액의 자산 전부는 딸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한 사위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을 방지하고, 고인의 마지막 뜻을 존중하며, 남겨진 가족들이 불필요한 분쟁과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미리 상속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의 재산이 누구에게 어떻게 귀속되기를 원하는지 명확히 하고 법적으로 유효한 준비를 해두는 것. 이는 ‘남겨짐’의 슬픔을 넘어, ‘남겨짐’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지혜이자, 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관련기사는 아래 원문을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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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950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