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모빌리티 팀은 자동차, 에너지 및 AI 등 산업 분야에 대한 국내 규제의 동향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의 정책들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말인 2025. 1.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SCL, SensitiveCountry and other designated country List)에 포함하였고 해당 조치가 예고대로 2025. 4. 15. 발효되었습니다. 이러한 민감국가 지정은 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의 미국 진출 및 기술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므로 이번 이슈리포트를 통하여 민감국가 지정의 의미,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및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민감국가 지정1의 의미
미 에너지부는 내부적으로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지원 등의 우려를 이유로 민감국가 리스트(이하 “SCL”)를 정기적으로 갱신하여 해당 국가와는 연구협력, 기술공유 등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민감국가 리스트에, 북한, 이란 등은 ‘테러 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으로, 중국, 러시아 등은 ‘위험 국가(Country of Concern)’로,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은 최하위 등급인 ‘기타 지정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로 분류하였습니다2. 한국은 과거 1981년부터 1994년까지 약 13년간 SCL에 포함된 이후 30년만에 다시 포함되었습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① 미국과의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정보 공유가 제한될 수 있고, ② 해당 국가의 연구자들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시설 방문 시 최소 45일 전에 신원조회 서류를 제출하는 등 강화된 특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 직원이나 관련 연구자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교류할 때에도 더 엄격한 보안 기준이 적용됩니다.
2. 기업 및 연구기관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아직 미 에너지부는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구체적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 보안 강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조치이며 외교 정책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3.
따라서, SCL이 발효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미 에너지부 시설 접근이 제한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그 지정이 해제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협력 위축과 국가 신뢰도 저하로 인해 미국 소재 기업과의 계약 관계,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인력 교류, 수출 통제, M&A, 컴플라이언스 등에서 여러 규제와 제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가. 전반적인 계약 리스크 증가
SCL에 포함됨으로써 국가 신뢰도가 저하되고, 기업 또는 기관들 간의 협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미국 기업과의 계약 협상 과정에서 계약 이행조건이나 비밀유지조항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원자력, 첨단 기술 분야의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사업진행 과정에서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지연되거나 계약 체결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규제강화를 우려한 심리적 불안감으로 신규 계약체결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등의 리스크 역시 수반될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미국과 방산업계의 FTA로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을 장기간 준비 중인 상황에서 그 체결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이번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해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사업이나 현재 진행중인 체코 원전 수출 계약 체결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관점도 있으나, 현재 위 사업들은 민감국가 지정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입니다.
나. 인력 교류의 제한
국내 연구인력 및 기술 전문가의 미국 연구기관 파견이나 연수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미국 측 전문가의 한국 방문 역시 보안 절차 강화로 인해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한국 출신 유학생이나 방문연구자 등을 선발할 때 민감국가 출신이라는 점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한국 출신 연구원의 미국 연구기관 내 입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핵심 인력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 양국 간 기술 협력 및 혁신이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다. 수출 통제
SCL은 미국의 국가안보 정책 및 수출 통제 규정과도 연계되어 있습니다4. 따라서 이로 인해 국내 기관과의 핵에너지, 고성능 컴퓨팅, 이중용도(민, 군 겸용) 기술 연구 분야에서의 협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SCL 자체가 수출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감국가 출신의 개인 및 기관은 미국의 수출통제법에 따라 추가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한-미간 특정 기술 및 장비 수출에 대한 심사가 강화될 수 있고, 미국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의 경우 수출 허가 획득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방산수출 주력 제품 대부분이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산 부품이 탑재된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출 승인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 기타 영향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하여 미 에너지부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정부기관과의 협력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국의 전반적인 기술보안 및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여 더 높은 수준의 보안규정을 요구받는 등 컴플라이언스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수출통제 뿐만 아니라 에너지,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미국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에 제한이 생기거나, 미국 내 법인 설립 또는 사업 승인 절차나 기타 검증 절차 등이 까다로워지는 등 미국 진출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대응방안 및 시사점
물론 이번 민감국가 지정 자체가 당장의 국내 기업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민감국가 지정이 언제 해제될 지는 알 수 없으므로5 지정된 기간 동안 선제적인 대응을 통하여 잠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국내 기술기업들은 한-미 간의 외교 정책 및 정부의 대응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미 체결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인 미국 기업과의 계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기술 접근권이나 보안 및 비밀유지 조항, 계약 해지 또는 변경 사유, 손해배상 조항 등 민감국가 지정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분쟁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또한, 민감국가 지정을 사유로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지 않도록 내부 컴플라이언스 및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여 추후에 있을 미국 기업과의 제휴나 M&A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오늘날, 전기차와 스마트자동차가 선도하는 모빌리티 산업과 AI, 에너지 산업은 서로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미국과의 기술 협력 역시 자율주행, AI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 간 기술협력의 긴장관계가 심화될 경우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린 모빌리티팀은 이처럼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변화들을 예의주시하면서 기업들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발빠르게 진단하여 최적의 대응방안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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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적 근거: ① 미분류 외국인 접근 프로그램에 관한 명령(DOE Order O 142.3B DOE O 142.3B - Unclassified Foreign National Access Program), 2 美 연방법전 제50편 제2652조 “에너지부 장관은 현재 민감국가 목록에 등재된 국가의 시민 또는 대리인에 대한 신원조회(background review)를 사전에 완료하지 않으면 국가안보연구소(national security laboratory) 시설에 대한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50 U.S. Code § 2652 -Restrictions on access to national security laboratories by foreign visitors from sensitive countries)
2 SCL은 공개되는 자료가 아니므로 각 등급별 국가 이름과 갯수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으나 현재 알려진 바로는 총 25개국이며, 이 중 북한, 이란, 시리아, 리비아, 수단, 쿠바 총 6개국에 대해서는 테러지원국으로, 중국과 러시아 2개국에 대해서는 위험국가로 각 별도 지정되어 있고,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에 대해서는 기타 지정 국가로 분류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3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민감국가 목록’ 추가 논란에 대해 작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수출 민감 품목을 다루는 연구소에서 한국 국적의 학생, 연구원, 공무원 약 2,000명 중 일부가 민감 정보를 부적절하게 다룬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조치는 일련의 민감 정보 처리와 관련된 기술적, 절차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한미 동맹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4 민감국가 지정의 제도적 기원은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과 이중용도 품목 수출관리규정 (EAR,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입니다. 전략물자나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이중용도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출을 제한하는 규정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5 과거 한국은 1993년 12월 민감국가 지정 해제요청이 수용된 후 1994년 7월에 해제가 되었는바, 해제요청이 받아들여진 이후에도 실제 해제까지 약 7개월이 소요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