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관상 준거법을 근거로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한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이용자의 권리에 대한 특례」는 이용자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처리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보호 제도로서, 2008. 6. 13. 개정 되어 2008. 12. 14. 시행된「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정보통신망법’) 제30조를 통하여 도입된 후 2020. 2. 4. 신설되어 2020. 8. 5.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제39조의7로 대체되어 운용되어왔으나, 2023. 3. 14.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위 특례가 삭제되어 일반적인 개인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열람 제도로 운용되게 되었습니다.
본 판결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계약에서 따르기로 정한 준거법인 외국법령을 근거로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를 주요 논점 중의 하나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위 대법원 판결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정 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아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준거법을 근거로 이용자(개인정보 주체)의 개인정보를 처리함에 있어 유의할 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2.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7다219232 판결 요지
위 판결은 국제적인 IT 기업인 피고 구글 엘엘씨와 그 한국 법인인 피고 구글코리아 주식회사가 제공하는 이메일을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인 원고들이 피고 구글 엘엔씨와 피고 구글코리아 주식회사를 상대로
구 정보통신망법 (법률 13344호) 제30조 제2항, 제4항에 따라 피고들이 보유하는 ①개인정보 와 ②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한 내역을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본 사건에서, 미국 법령에 의하여 비공개 의무가 있는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는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7. 2. 16. 선 고 2015나2065729) 판결의 부분을 파기하여 환송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크게 개인적 목적으로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와 기업용 이메일을 이용하는 자로 나뉘는데,
대법원은 전자인 수동적 소비자의 경우에만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원고들의 개인정보 열람 및 공개 청구에 대하여 피고들은, 피고들의 서비스 약관에 의하면 해당 서비스와 관련하여 발생되는 분쟁에 대한 준거법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률에 따르기로 약정되어 있으므로 국내 정보통신망법은 적용되지 않고, 설사 적용되더 라도 해당 미국법령에 따라 비공개의무의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와 서비스 이용 내역은 비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약관은 국제사법상 소비자계약에 해당한다고 전제하 면서, 약관에서
미국 법령을 준거법으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내적 강행규정 성격을 가진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4항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고, 단순히 미국 법령이 개인정보 비공개의무를 부과한다는 사유만으로 피고 구글 엘엘씨가 원고들의 요청을 받아드리지 않을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결은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7다219232 판결의 주요 쟁점
가.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효력
대법원은, 이 사건은 피고 구글 엘엘씨가 취득한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것으로서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않고 피고 구글 엘엘씨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에 관할이 있고 서비스 운영 등 주요 부분도 위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근거로, 미국 캘리 포니아 지역을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는 유효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
원고들 중 개인적으로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한 자들은 광고 등에 이끌려 서비스 계약에 체결하게 된 수동적 소비자인데, 이들이 피고 구글 엘엘씨와 체결한 약관은 소비자계약에 해당하고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사법상 상거소지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다만, 기업 이메일 사용자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소비자 계약일 때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아 대만민국 법원에 제기한 소는 부적법하다는 원심 입장을 인정하였습니다).
나. 준거법의 효력과 국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의 국제사법상 국내적 강행규정성
대법원은, 소비자계약 당사자가 구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소비자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위 준거법 선택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박탈할 수 없으므로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인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4항은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한 것으로 강행규정에 해당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 개인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열람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
한편, 대법원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요구한 정보의 열람제공이 다른 법률 등에 의해 금지 제한되거나, 이를 허용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를 해하거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이용자에게 그 사유를 알리고 열람 제공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위 정당한 사유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 제4항 제2호 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위 법리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 준거법이 개인정보 열람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되기 위한 요건
나아가, 대법원은 준거법인 외국법령에서 개인정보를 비공개할 의무를 정해놓았다는 사정만으로 위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준거법인 외국법령에 따라 개인정보 열람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준거법에 따른 비공개의무 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그 준거법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이용자가 열람 제공을 요구하는 정보에 관하여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요건이 충족되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되어야 합니다.
설사 그 준거법의 비공개의무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더라도
비공개의무 발생 사유가 종료되는 등으로 준거법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의 열람 제공을 거절하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마. 소결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는 해당 정보가 외국 법령에 따라 비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 개인정보와 비공개 사유가 특정되었는지 여부,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과 위 준거법을 존중할 필요성 사이의 비교 형량, 비공개 의무의 목적이 종료되어 사후적으로 공개하여도 될 정보가 없다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 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4. 시사점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의할 경우, 기업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사업자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컴퓨터 서버를 둔채로, 서비스이용약관의 관할 법원을 해외법원으로 하고 준거법을 해외법으로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편 역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사업자의 경우, 서비스이용약 관의 관할법원이 해외법원으로 되어 있고, 준거법이 해외법으로 되어 있다고 할지 라도, 한국 법원에 의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점과, 한국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강행 규정은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와 같이 정보주체들의 권리행사시에 이에 적절히 응대할 수 있는 조직적, 절차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사항들을 서비스이용약관이나 개인정보처리방침 및 웹페이지에 반영하여 한국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및 이용자 권리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