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중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활성화된 제조업을 무기로 세계 각국 기업의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생산 기지가 되어 왔습니다. 이 중 OEM 생산 방식이란 수탁업체인 중국 내의 OEM 제조업체가 해외 위탁업체의 상표를 부착한 상품을 생산하여 이를 외국의 위탁업체 국가로 전량 수출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중국 수탁업체가 중국 내 해당 상표권을 확보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수출하는 과정에 중국 상표권 침해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세관에 의해 압류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중국 내 상표권자에 의한 상표권 침해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바, 국내 업체로 하여금 상당한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OEM 생산이 중국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중국 『상표법』상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지난 20여년에 걸쳐 법원마다 처리방법이 상이하였고, 그마저도 내용이 모순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에 국내 제조업체로서는 OEM 방식에 의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중국 상표권 침해 위험이 상존하고 있었으므로 OEM 생산 방식을 추진하기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관련 선행 연구에서는 2014년 OEM 방식으로 생산된 상품의 상표권 침해에 관한 최고법원의 판결(PRETUL 사건)이 수탁업체가 OEM 방식에 따라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중국 본토의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함에 따라 OEM 방식으로 생산된 상품의 상표권 침해 여부에 관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고 보았으나,1 최고법원의 2014년 판결 선고 이후 침해를 인정하는 기준이 부단히 변화함에 따라 상표권 침해로 보는 판결도 선고되었으며, 아직도 통일된 판단기준이나 결론 없이 사안 마다 별도의 결론을 내리고 있는 상황인바, 아래에는 중국 최신 판례를 통하여 OEM생산이 중국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2. OEM 생산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 지 여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우리나라 상표법 상의 그것과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① OEM 생산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여야 하고, ② 수탁업자가 OEM 방식으로 생산한 상품에 부착한 표장과 등록상표 사이의 동일∙유사성과 ③ OEM 방식으로 생산한 상품과 등록상표의 지정 상품이 동일∙유사성을 판단한 뒤, 지정상품의 수요자로 하여금 혼동 가능성을 발생시키는지 여부를 살펴, 최종적으로 상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합니다. 우선 OEM 방식의 상품 생산 행위가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여야 상표권 침해를 논할 실익이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중국 『상표법』 제48조는 “상표를 상품, 상품포장 또는 용기와 상품거래서류에 사용되거나 상표가 광고홍보, 전람, 기타 상업활동에 사용되고, 상표출처를 식별하는 행위에 사용되는 것을 가리킨다”라고 규정하는데, 우리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각목의 ‘상표의 사용’ 정의규정과 대동소이합니다.
OEM에 의해 생산된 상품에는,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표장을 표시하므로, 중국 『상표법』 제48조의 “상품, 상품포장 또는 용기와 상품거래서류에 대한 상표 사용”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OEM 생산은 중국 내에서 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위탁업체가 속해 있거나 위탁업체가 지정한 국가 또는 지역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 내 수요자들이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접할 수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앞서 서두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OEM 상품에 표시된 상표가 중국 『상표법』 제48조에서 규정하는 “상품의 출처를 식별”하는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하고 있습니다(한국 법원은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출처표시로서의 사용’이 인정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4년 최고법원 판결2(PRETUL 사건)에서는 Y가 본건 상표를 부착한 자물쇠는 A의 위탁을 받아 생산한 OEM생산 상품으로서 전부 멕시코에 수출하였고, 중국에서 판매하지 않았기에 중국에서 상표의 식별기능을 발휘하지 않았으므로, 표장의 표시행위는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2019년 최고법원 판결3 (HONDA 사건)에서 Y가 생산한 상품은 오토바이였는데 제조 또는 가공된 상품에 상표를 부착하거나 또는 기타 방법으로 사용된 경우, 상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한 상표법상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전자상거래가 일반적인 현 시점에서 ‘OEM 생산 상품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OEM 생산 방식을 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고려할 수 없고, 사안마다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상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3. OEM 생산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최근 중국에서 OEM 생산 행위에 대하여 중국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학계와 실무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상표법』은 상표권자를 보호하여 중국 내 상표권자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과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상표권자만을 일률적으로 보호하게 되면 OEM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 자국 내 관련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법원은 상표권자와 OEM 생산업자의 이익을 적절하게 유지하고자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1) 2019년 강소성 남경시 중급법원 판결4(CAVA 사건)
해당 캔케찹의 OEM 생산에 대하여 중국 내 영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제3국으로 전부 수출되는 경우,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상표적 사용 행위가 아니므로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2023년 절강성 이우시법원 판결5(CHUNGHWA 사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의 발달로 침해 상품(연필)이 해외로 수출되더라도 중국 시장으로 다시 역수출할 가능성과 중국 이외의 국가를 여행하거나 이들 국가에서 해당 상품을 구입하는 중국인 숫자가 많기 때문에로 OEM 상품을 접할 수 있을뿐더러 상품 출처에 관한 혼동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2023년 광동성 중산시 중급법원 판결6(FTAA 사건)
본건은 중국 수탁업체가 의류 생산 후 대만으로 수출하는 사안이었는데, 법원은 상품 수출 후 OEM 생산 행위는 종료되며, 이후 발생하는 상황은 당초 계획한 OEM 생산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OEM 상품 수출 후 중국 본토 시장으로 돌아온 OEM 상품은 새로운 별도의 사실을 구성하므로 상표권 침해 판단 기준에 따라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상품의 역수출로 인한 상표권 침해는 실제 역수출 사실을 전제로 해야 하고, 단순한 역수출 가능성만을 근거로 할 수 없으므로 본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이 대만 지역으로 수출된 후, 중국 본토 시장으로 역수출 되었음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 한, 해당 상품이 중국 본토 시장으로 역수출 될 가능성을 근거로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OEM 생산 상품이 전부 해외로 수출됨에 따라 중국에서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상표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던 것과는 달리,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가 일반적일 뿐더러 해외로 여행하는 중국인의 숫자가 날로 증가하는 현실속에서, OEM 생산 상품이 역수출 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일반 수요자들이 해당 상품을 접촉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나아가 2023년 광동성 고급법원은 단지 역수출 가능성을 보고 판단하여서는 아니되며, 실제 역수출 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여 실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4. 시사점
중국 『상표법』 제57조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전용상표권의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 『상표법』 제89조 규정과 대비하여 볼 때 상표권 침해 요건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표권 침해 규정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 ‘혼동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주목할 만합니다.
(1) 상표 출원인의 허가없이 동일 종류 상품에 그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
(2) 상표 출원인의 허가없이 동일 종류 상품에 그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거나 또는 유사 상품에 그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쉽게 혼동을 초래하는 행위
(3) 등록상표 전용권을 침해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4) 타인의 등록상표 표장을 위조·자의로 제조하거나 위조·자의로 제조한 등록상표 표장을 판매하는 행위
(5) 상표 출원인의 동의없이 그 등록상표를 대체함과 동시에 당해 상표를 대체한 상품을 시장에 투입하는 행위
(6) 전용상표권을 침해하는 타인의 행위에 고의로 편의를 제공하고, 타인의 전용상표권 침해 행위의 실시에 도움을 주는 행위
(7) 타인의 등록상표 전용사용권에 기타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
중국 『상표법』상 OEM 생산 방식이 상표권을 침해하는지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살펴본 판례들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역수출 된 OEM 상품에 표시된 표장이 중국 내 상표권과 동일∙유사한 경우, 중국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중국 소비자가 해외여행을 통해 역수출 된 상품은 OEM 생산량 대비 극히 소량일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소비자에 의해 중장비, 기계나 부피가 큰 상품이 역수출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량의 상품만으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 ① 상표권자로서는 중국 내 OEM 생산 업체나 해외 위탁업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② 전자상거래 방식을 통하여 해외로 수출한 상품이 다시 중국 본토로 역수출 되어 판매되는 경우, 상표권자로서는 중국 수탁업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해외 위탁업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상대로 공동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지, 향후 판결의 태도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중국 내 OEM 생산 상품이 중국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사법적 해석이 일관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에 우리 기업으로서는 중국 업체에 OEM 생산을 의뢰하는 경우 중국 내 통일된 기준이나 결론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사전에 철저한 검토와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5. 대응방안
가. 중국 상표 등록상황 및 관세청 신고상황 조회
OEM 생산을 의뢰하기에 앞서, 중국에서 관련 상표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상표가 중국에 등록된 경우 중국 관세청에 신고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나. 중국 등록상표에 대하여 취소심판 또는 무효심판 청구
등록된 상표가 최근 3년 이상 사용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취소 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일부 개인이나 기업이 기회 선점 차원에서 상업적 이익을 위해 외국 회사의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등록하는 경우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 중국 관세청에 신고한 상표에 대해 신고 취소 청구
중국 상표권자가 관세청에 신고한 상표 신고 기록(상표권 소멸)이 변경되었음에도 30 영업일 이내에 관세청에 신고 변경 또는 취소 청구를 하지 않아, 타인의 합법적인 수출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해관계인은 관련 기록에 대하여 신고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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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에 관해 문의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법무법인 린 IP팀 전응준 변호사(Tel. 02-3477-8695)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1. 김미화, “섭외 OEM생산이 중국에서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는지에 대하여”, 창작과 권리 2016년 겨울호(제85호), 세창출판사, 2016
2. (2014)民提字第38号再审民事判决书
3. (2019)最高法民再138号再审民事判决书
4. (2019)苏01民终5229号二审民事判决书
5. (2023)浙0782民初2345号民事判决书
6. (2023)粤20民终1257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