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8월13일, 123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기술선도성장 도구로서의 AI'와 '모두의 AI'를 다 포괄하여 구체화했습니다. AI의 혜택을 모든 국민에게 돌리기 위한 사회계약적 의미를 담아 AI기본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공공적 성격의 '모두의 AI' 목표외에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달성을 위한 성장도구로서의 'AI 3대강국'목표는 서로 성격이 상이한 두개의 비전임에도 불구하고 6개의 세부 국정과제를 통해 이번에 보다 그 내용이 구체화되었습니다. 특히 5년동안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 'AI고속도로'라는 이름의 인프라 투자에 정부가 총 25조원을 투자함으로써 기술기반성장을 이루겠다는 세부 전략과 함께 17개 시도단체들도 AI관련 세부공약을 발표함으로써 'AI를 통한 지속적인 미래성장동력창출'이라는 이재명 AI 노믹스의 설계도가 완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AI고속도로를 통한 AI 3대 강국'라는 목표에서 잘 드러난 이재명 정부 '혁신경제성장 핵심 도구로서의 AI' 비전을 중심으로 관련된 이슈, 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I. AI 고속도로와 독자 AI기초모델 개발
1. 'AI 고속도로'는 AI 시대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국가 사회간접자본 (SOC) 구축 프로젝트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AI고속도로에는 전국적인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가 연결되어야 하고 그래픽 처리 장치(GPU) 등이 집중 설치되게 됩니다.
AI 고속도로의 중심에는 현재 정부가 2조5천억원 정도의 규모로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쉽 모델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슈퍼컴퓨팅 센터’가 들어가고, 또한 2027년까지 최종 선발을 통해 드러날 대한민국의 독자 AI 기초모델 (foundation model)과 전체 GPU, 데이터학습, 추론 등의 동시 통합 운영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대규모 전력 공급 시설과 냉각수 공급 시스템 등이 모두 갖춰지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AI로의 변환을 추구하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기반투자개념인 'AI 고속도로’는 결국 대한민국 AI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기업, 산업, 국가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독자 AI 기초모델개발
'소버린 (Sovereign) AI'라는 명칭으로 추진되는 독자 AI 기초모델 개발은 이재명 정부 출범이후 더욱 구체화되어 현재 5개팀이 선발되어 있으며, 2027년까지 6개월마다 경쟁적 탈락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대선공약때부터 프랑스 AI 독자모델 미스트랄(Mistral)을 벤치마킹해, 'K-미스트랄'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국형 독자 AI 기초모델은 정부와 민간의 컨소시움 형태로 개발되더라도 상업적 활용에 중점을 둔 'AI 3대강국을 위한 도구'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프랑스의 민간기업 미스트랄이 개발한 AI (Mistral AI)는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고성능의 오픈소스 모델을 무료로 배포하여 개발자 커뮤니티를 먼저 확보한 뒤, 최상위 성능을 지닌 독점 (proprietary) 모델을 주 타겟인 기업에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투자자 구성도 국경을 초월한 다국적 연합체의 형태를 띠고 있음. 즉 미국의 벤처 캐피털회사들은 물론이고, MS, 엔비디아, 세일즈포스, IBM, 삼성 등 글로벌 테크기업, 그리고 프랑스 국영 투자은행인 Bpifrance, 기타 유럽 및 아랍권의 자금까지 골고루 참여하고 있고, 특히 Bpifrance는 미스트랄의 직접적인 투자자이자 AI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독자 AI모델개발의 벤치마킹으로 인용되고는 있지만 미스트랄은 상업적 판단을 책임지는 민간기업을 통한 소버린 (Sovereign) AI의 프랑스 모델로 정의됨.
- 이재명 대통령 후보시절 등장한 'K-미스트랄' 공약은 'AI 기본사회'와 같은 안전과 책임기반을 강조하는 모델개발이나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와 같은 범용성 성격의 AI모델개발이 아니라 '상업적 혁신경제의 도구로서 AI'라는 목표와 역할에 부합하는 벤치마킹 유형으로 그 성격을 평가할 수 있음
반면, 최근 7월 스위스가 개발한 AI 모델은 독자적인 상용 모델이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과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완전 개방형 오픈소스 모델입니다. 즉 스위스는 '공공재 (Public Good)'로서의 AI를 지향하며 신뢰와 투명성, 접근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기 때문에 우리가 'K-미스트랄'이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하려 하고 있는 프랑스 미스트랄이 '국가 챔피언(National Champion)' 육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상업적 AI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방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스위스의 AI 독자모델 개발은 2023년 12월에 만들어진 '스위스 AI 이니셔티브(Swiss AI Initiative)'를 통해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와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였고, 공공 자금과 국가 슈퍼컴퓨터 'Alps'라는 막대한 공공 인프라를 기반으로, 모델의 소스 코드, 가중치, 학습 데이터까지 모두 공개하는 '완전한 개방성(Full Openness)'을 철학으로 삼음으로써 AI 기술을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혁신을 위한 기반 시설로 만들려는 의도를 담고 있음. 이에 따라 자금 조달 역시 학술 기관의 보조금과 공공 인프라(컴퓨팅 시간) 지원에 의존함으로써 벤처자금과 민간투자를 재원으로 성장한 프랑스 미스트랄과는 전혀 다른 개발토양과 철학의 산물임.
- 결국 스위스식 독자 AI모델개발은 개발의 결과물 또한 공공재로서 인식하고 혜택을 넓게 공유하려 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AI국정과제중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 '안전과 책임기반의 AI기반사회 실현' '세계 1위 AI정부 실현'과 같은 공익적 활용측면의 AI활용 모습에 벤치마킹 모델로 더 부합해 보임.
따라서, 한국형 모델은 프랑스식 상업적 AI와 스위스식 공공재적 AI의 장점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단일 기업만을 선택하지 않는 ‘뷰티 콘테스트(Beauty Contest)’ 방식 운영도 필요합니다.
II. 첨단혁신산업 펀드의 구성과 운영
AI투자를 위한 대규모 펀드는 '국민성장펀드' 또는 '국민펀드'로 명명되며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광범위한 참여와 민관협력(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즉 정부는 초기 투자로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국민·기업·정부·연기금'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산업은행(KDB) 내에 최대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고, 정부는 여기에 연기금과 민간 금융사의 참여를 더해 전체 규모를 100조 원까지 확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국가 AI컴퓨팅 센터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 분야뿐 아니라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도 폭넓게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AI관련 벤처·중소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이 펀드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펀드는 정부의 AI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명을 통해 시장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민간 자본을 정부의 전략적 목표와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AI 산업의 호황'이라는 결과를 예정한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 또한 당연히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펀드의 성공은 민간 자본과 연기금의 참여에 결정적으로 의존하지만, 이들의 참여는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투자자본수익률 (ROI)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정부의 정책 목표와 의지만으로는 투자를 결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펀드는 시장 논리에만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 투자를 보장하기 위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민관 파트너쉽 (PPP)모델에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III. 소버린 (Sovereign) AI와 기업들의 전략
소버린 AI의 핵심인 '주권적 컴퓨팅 인프라와 독자 AI모델 개발’은 이번 'AI고속도로' 국정과제로 더욱 구체화되었습니다.
이러한 AI 인프라 투자 전략은 과거 정부의 ‘인터넷망 보급, SW 개발 지원, 응용 서비스 육성' 중심 전략과 달리, 글로벌 추세에 맞춰 HW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AI의 확산에 따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사례, 최근 어도비, 세일즈포스 등 미국 SW 대표기업들의 매출 증가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AI가 SW를 잡아먹는다' (AI is eating SW.)는 것이 글로벌 투자분야의 추세처럼 굳어지고 있고, 이에 많은 투자자금이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HW 인프라투자로 몰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용과 수익발생 시점사이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메타, 구글, MS 등 AI관련 빅테크 기업들과 같이 이미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거액의 인프라투자를 추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경우에는 결국 정부 주도하의 AI 인프라투자는로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AI기반 빅데이터분석 미국 SW기업인 팔란티어 (Palnatir)처럼 국방, 군사기술 중심의 정부계약에서 상업 부분으로 수익원을 확대하면서 생성형 AI를 자사의 기존 플랫폼에 녹여 타겟 분야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뛰어난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SW기업들이 부상하고 있고, 더욱이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갖춘 구글, MS와 같은 기업이 자사의 SW에 AI를 번들로 끼어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SW들의 경쟁력 싸움은 더욱 치열한 승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SW기능을 AI를 써서 업그레이드했다'는 식의 신제품 경쟁력은 미국 증시의 SW기업 주가 변동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국내 투자자, AI 활용시장의 관심을 더는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AI시대에 얼마만큼의 수익율을 SW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가? 로 초점이 옮겨지고 SW 기업가치평가기준이 더 엄격해지고 있음을 국내 SW기업들도 직시해야 합니다.
AI의 확산으로 단순 코딩작업을 하기 위한 낮은 기술력의 엔지니어들이 불필요해지는 추세처럼 SW의 일부 영역을 AI가 점점 대체하게 되면서 전통적 SW기업들에게는 위협도 되지만 동시에 AI를 잘 활용함으로써 성공적 도약을 하는 팔란티어와 같은 유니콘 SW기업의 출현도 가능하게 되는 구조적 산업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SW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AI고속도로 구상을 통한 AI 3대 강국' 비전은 AI 인프라투자 확산에 비례해서 국내 SW산업의 재정비와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팔란티어 사례와 같이 AI 시대 SW기업의 경쟁력 토대가 되는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 규제완화조치가 기존 규제샌드백스 제도를 뛰어넘어서 살행되어야 합니다. 한편, 대구의 'AI로봇수도' 광주의 'AI 국가시범도시' 전북의 'AI기반 농생명 융복합 산업혁신 생태계조성' 프로젝트 등 지자체의 과제들도 AI고속도로에 연결된 간선도로와 같이 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법무법인(유) 린 TMT전문그룹 AI산업센터의 뉴스레터인 AID에 대한 질문, 조언 등은
구태언 TMT 전문그룹장 (tekoo@law-lin.com), 방석호 AI 산업센터장 (shbang@law-lin.com),
설기석 구성원 변호사 (ksseol@law-lin.com)에게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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