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청문회’로 불리는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됐습니다. 올해는 ‘주주환원 확대’를 강조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타고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 가운데, 연합인포맥스는 삼성물산 주총에서 5개 행동주의펀드 연합을 대리해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한
‘법무법인 린’ 변호사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영국의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물산에 배당금 확대와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습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33.63%에 이르고, 행동주의펀드 5곳의 지분은 1.46%에 그쳐, 본 제안이 주주총회 안건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통과될 리 만무한 지분율이었습니다. 애초에 되는 게임은 아니었으나, 법무법인 린은 ‘승산’이 아니라 본 제안이 주주 친화적 기업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기여’에 주목했습니다.
15일 삼성물산 제60기 주주총회 당일 오전 8시.
주총이 열린 삼성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에 내로라하는 법무법인 변호사들이 모였습니다. 김앤장 박종현 변호사와 법무법인 린의 도현수 변호사, 밀로쉬 주르코프스키 변호사 등은 로비에 모여 화담을 나눴습니다. 김앤장 측은 삼성물산, 법무법인 린은 5개 헤지펀드의 법률 대리인입니다.
한 때 김앤장 동료였던 이들은 안부 인사를 비롯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 등 다양한 화제의 이야기를 나눴으며, 양쪽 모두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오전 9시. 삼성물산 주총장은 헤지펀드와 사측의 콜로세움이 되었습니다.
안건이 하나하나 상정될 때마다 소액주주들은 아쉬움을 쏟아냈습니다. "답은 주가에 있다"며 "아무리 나쁜 기업도 주가가 좋으면 좋은 기업, 아무리 좋은 기업도 주가가 나쁘면 나쁜 기업이 되는 것이다"고 지적하면서 "대한민국 최고 기업인 삼성물산이 합병 이전의 주가를 만들기 위해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얼마나 절실함을 가졌는지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서한은 도화선이 되어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점화했고, 소액주주들은 헤지펀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습니다. 23%의 지지율이 그 방증입니다. 5개 헤지펀드 연대의 지분율 1.4%를 제외한, 20% 이상의 지분이 설득된 것이며, 이는 주식 수로 따지면 3천200만주에 이릅니다.
제3호 의안이었던 자사주 추가 매입 안건 역시 18%, 약 2천400만주의 표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법무법인 린의 발언에 송규종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하반기에는 다양한 주주환원 방법을 고민해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토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비록 현금배당안과 자사주 추가 매입 안건은 부결되었으나, 상당한 지분율 격차 속에서도 ISS·글래스루이스 등 주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의 찬성을 비롯 20% 이상의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고, 주주환원을 위한 사측의 전향적 정책 검토를 이끌어냈기에 ‘린’의 도 변호사와 주르코프스키 변호사는 웃으며 주총장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린’은 승산 너머의 가치를 바라보며, 더 긴 호흡으로 진화해 가겠습니다.
- 출처: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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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그들은 웃으며 삼성물산 주총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