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8 중앙일보 보도
첨단기술 법률 자문 시장의 강자, 법무법인 린
린은 첨단기술 관련 법률 자문에 정평 난 로펌이다. 정부 기구의 신기술 관련 사업에는 법률 담당으로 단골 참여한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31곳은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규제를 받는다”는 보고서도 냈다. 벤처·스타트업을 자문하며 누구보다 많이 규제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임 대표와 구 부문장이 한이라도 맺힌 양 규제를 공박하는 이유다. 이들을 만나 한국의 규제 현실을 들어봤다. 얘기는 ‘타다 금지법’에서부터 시작했다.
I. 규제 피하려면 비혁신적이어야 한다는 역설
Q : 2년 전인 2018년 8월, 대통령은 “붉은 깃발 규제”를 거론하며 규제 혁파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그 뒤로 멀쩡히 하던 타다 서비스가 막혔다.
A : ▶임진석 대표=“타다는 이용자가 170만 명이었다. 국회가 타다 금지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17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택시 수보다 더 많은 이용자가 있다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은 문제다.”
▶구태언 부문장=“소비자가 받아들인 것, 그래서 성공한 것일수록 강한 규제를 받는다. 이용자가 늘고 사회적으로 퍼지면 전통산업이나 기득권과 부딪혀 마찰이 생기니까. 그러면 정부가 나선다. 시장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말 잘 키워야 할 사업이라는 얘기인데, 우리는 규제부터 들어온다. 역설적으로 혁신이 아닌 것은 시장에서 사라지니까 정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Q : 스타트업이 대형 기업으로 자라나기 힘든 환경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A : ▶구 부문장=“이건 스타트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에 막혀 대형 기업이 나오지 못하면 자칫 우리나라가 ‘정보 좀비 국가’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 보라. 페이스북·유튜브·넷플릭스·인스타그램 등등을 사용할 때마다 데이터가 해외로 쏙쏙 빠져나간다. 데이터와 정보에 관한 한, 영혼을 장악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플랫폼 전쟁에서 밀린 결과다.”
▶임 대표=“대형 플랫폼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는 ‘내가 볼 것 같은 동영상’을 추천해 계속 유튜브에 머물도록 한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서비스에 몰입하도록 하는 알고리즘이다. 알게 모르게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Q :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는 어떤가. 규제론이 비등했으나 정부가 명시적으로 조치한 건 거래 때 실명계좌를 쓰도록 한 것뿐이다.
A : ▶구 부문장=“암묵적인 규제가 많다. 정부에서 연구비를 딸 때 순수한 블록체인 분야는 허용하고 암호 화폐와 연관한 것은 막는 식이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암호 화폐 규제는 비트코인 광풍 때문이었다. 과거 닷컴 버블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투자 손실이 막심했지만, 개발자 같은 기술 인력은 많이 늘었다. 그게 한국 정보기술(IT)의 자산이 됐다. 암호 화폐를 막으면 관련 기술 인력이 클 수 있겠나.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들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논의했다. 나중에 실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때, 한국은 기술 인력이 없어 외국에 의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Q :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가 문제라고들 한다.
A : ▶임 대표=“허락한 것만 하게 하는 포지티브 규제는 못 하는 게 많다. 선진국은 반대로 금지한 것 말고는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다.”
▶구 부문장=“민간 규율은 네거티브 시스템이다. 워터파크에 가 보라. 해서는 안 될 것만 적어놓지 않았나. "요것만 하라”고 하는 건 교도소식 규제다. 정부가 포항제철(포스코)을 만들던 시절처럼 산업이 규제에 묶여 있다. 아직 ‘산업의 민주화’가 안 됐다.”
II. 법률제도 개선은 변호사의 사명
Q : 우리나라는 최고경영자(CEO)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고 한다. 규제를 비롯해 걸릴 수 있는 법령이 많아서다.
A : ▶구 부문장=“선진국은 규제 같은 행정법규를 위반했을 때 기업에만 벌금을 물리는데, 우리는 기업과 사람을 모두 처벌한다. 최악이다. 행정부를 국민보다 우위에 두는 관점에서 나온 규제 시스템이다.”
Q : 로펌으로서 법률 자문에 더해 규제 개혁을 위한 노력도 하는 게 있나.
A : ▶임 대표=“구 부문장이 정부 부처의 규제혁신 기구에 참여해 목소리를 낸다. 국회를 찾아가 설명하고 입법을 촉구하기도 한다. 변호사법 1조 2항은 변호사들이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