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의 시행과 가처분의 허용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는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는 제외)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해당 침해행위의 중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서, 2020. 12. 9. 개정되어 2021. 12. 30.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통하여 도입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의 도입으로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가처분 신청이 가능해졌습니다. 종래 법원은 금지청구소송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가처분 신청을 허용하지 않았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 31. 자 2005카합4494 등), 금지청구권이 공정거래법상 명문 규정으로 인정됨에 따라 그 입장을 변경한 것입니다. 이에 가처분 신청을 활용한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불공정거래행위 피해구제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처분의 적극적인 활용은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의 활성화와 안정적인 정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하에서는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가처분 신청에 관한 하급심 결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의 정지 및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구제수단으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가처분 신청)를 활용하는데 있어 유의할 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2. 대구지방법원 2022. 8. 11. 자 2022카합10113 결정 요지
세제 제조업체인 피신청인으로부터 녹색인증 세제를 공급받아 판매해 온 신청인 사업자가 피신청인의 공급거절에 대응하여 제기한 거래거절금지가처분 사건인 대구지방법원 2022. 8. 11. 자 2022카합10113 결정은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가처분 신청을 최종 기각하기는 하였으나, 금지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던 종전의 결정례와 달리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가처분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없음을 이유로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신청인은 오로지 피신청인으로부터만 녹색인증 세제를 공급받아 판매하여 왔는데, 피신청인이 녹색인증 만료 등 사정변경을 이유로 세제공급계약을 변경할 것을 요청하였고,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변경계약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피신청인이 신청인에 대한 세제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였습니다. 이에 신청인이 피신청인을 상대로 하여 거래거절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것입니다.
위 사건의 재판부는 피신청인이 독점적 생산자 또는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유력 사업자라고 볼 자료가 없어 신청인으로서는 피신청인 외에도 다른 공급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신청인의 거래거절로 신청인의 거래 기회가 배제되었다거나 피신청인이 유력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고, 피신청인이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거절하였다 하더라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이른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피신청인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피신청인의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아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더하여 신청인이 입은 손해는 추후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금전으로 전보받을 수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구지방법원 2022. 8. 11. 자 2022카합10113 결정의 시사점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은 그 피보전권리인 금지청구권의 발생이 소명되어야 하므로, 피신청인의 행위가 금지청구권의 대상이 되는 불공정거래행위 혹은 불공정거래행위의 교사·방조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주요 판단 대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가처분 신청자는 금지청구 및 그 가처분 신청 사건에 있어 법원이 채택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면밀히 파악하고 상대방의 행위가 위 판단기준에 부합함을 충분히 소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사건의 재판부는 피신청인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개별적 거래거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개별적 거래거절 성립요건을 제시한 대법원 2001. 1. 5. 선고 98두17869 판결을 인용하여 그에 따라 판단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개별적 거래거절의 성립요건에 관하여“그 거래거절이 특정 사업자의 거래기회를 배제하여 그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오로지 특정사업자의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할 의도를 가진 유력 사업자에 의하여 그 지위 남용행위로서 행하여지거나 혹은 같은 법이 금지하고 있는 거래강제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당하게 행하여진 경우라야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거절행위로서 같은 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위 하급심 결정 역시 피신청인의 행위가 거래거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신청인의 거래거절로 신청인의 거래기회가 배제되었는지 여부, 피신청인이 유력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남용하였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피신청인의 계약 이행 거절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법원이 금지청구 및 그 가처분 신청 사건에 있어서도 각 유형별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종래 판례의 위법성 기준을 그대로 적용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금지청구를 본안으로 하는 가처분 신청에 있어 피보전권리를 소명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위가 종래 판례가 채택한 위법성 기준에 부합함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한편, 가처분의 경우는 민사집행법 제300조의 일반적인 요건을 준수해야 하므로, 피보전권리의 존재 외에도 보전의 필요성이 요구됩니다. 민사집행법은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때'를 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위 사건의 재판부는 신청인이 입은 손해는 추후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금전으로 전보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그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정거래법은 일본이나 미국 등과 달리 ‘회복할 수 없는 손해’혹은 ‘현저한 손해’를 금지청구권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은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가처분이 기각된 사안이라 하더라도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 발생만 명백히 입증된다면 본안소송은 인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4. 결어
앞서 본 하급심 결정에 비추어 볼 때, 가처분 신청 사건에 있어서도 본안에 상당하는 위법성 판단이 이루어짐은 물론 보전의 필요성까지 요구된다는 점에서 그 인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가처분의 경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민사 본안소송 또는 공정위 절차에 비하여 신속하고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안의 성질상 사후적인 금전보상으로는 피해자의 침해를 회복할 수 없는 경우로서 공정거래법위반 여부가 명확한 케이스라면, 사인의 금지청구제도(가처분신청)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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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에 관해 문의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법무법인 린의 공정거래팀 김종식 변호사(Tel. 02-3477-8695)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