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 NEWS
법인소식
  • Home
  • /
  • 법인소식
  • /
  • 언론보도
언론보도
법무법인 린 설미현 변호사, AI가 고른 세무조사 … 왜 나였을까? [린의 행정과 법률]
2025.06.23
관련 분야
 
▲ 법무법인 린 설미현 변호사
 
 
어느 날 갑자기 세무조사 통보서를 받는다면 어떨까? 예전에는 담당 공무원이 여러 정황을 종합해 "이 업체는 한번 들여다봐야겠다"고 판단했다면, 이제는 컴퓨터가 먼저 손을 든다. "이 사업자, 위험도 85점입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15일 국세청이 발표한 소식은 세무행정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탈세적발시스템을 본격 구축하고, 정기조사 대상자 선정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2월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법인 세무조사에서 개인 세무조사로 확대하고, 정기조사뿐 아니라 비정기조사까지 AI의 영역으로 넓히겠다고 했다.

이미 국세청은 2023년부터 '지능형 사전분석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AI 기반 세무조사 선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거래 흐름부터 매출 변동, 신고 패턴까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조사 대상을 자동으로 추출한다. 지난해에만 1,800만 사업자의 재무제표와 신고서를 들여다봤다니, 그 규모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효율성 면에서는 분명 혁신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이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일까?
 
■블랙박스 속 숨겨진 논리
세무조사는 단순한 행정업무가 아니다. 납세자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행정행위다. 그렇기에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 조사권 남용을 막고 납세자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AI 선별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베일에 싸여 있다. 세무조사 통보서에는 '위험분석 결과'라는 추상적 표현만 있을 뿐, 어떤 데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그 납세자를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마치 "컴퓨터가 그렇게 말해서요" 라고 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행정절차법이 요구하는 이유제시 의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조세법률주의와 납세자 권리보호 원칙에도 어긋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AI가 과거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했을 가능성이다. 특정 업종이나 영세사업자가 과거에 많이 조사받았다면, AI는 이를 '정상적인 패턴'으로 학습해 동일한 집단을 반복해서 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우려를 명확히 지적한다. 그는 "세무조사 대상 선정 알고리즘이 블랙박스로 작용하면, 납세자에게 부과되는 행정작용의 정당성 검증이 불가능해진다"며 "AI 보조는 가능하지만, 인간의 최종 판단 개입과 선정 사유 공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 국세청(IRS)은 이미 AI 기반 선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AI가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사람이 최종 조사 결정을 내리며, 납세자에게 사유를 설명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놓았다. 독일은 한 발 더 나아가 '알고리즘 감사제'를 도입했다.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을 갖춘 모델만 사용하며, 납세자는 언제든 사전이유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기술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는 도구일 뿐,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원칙을 지킨다.
 
■기술과 정의 사이에서
AI는 분명 빠르다. 하지만 법은 신중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에게는 그것이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영세사업자나 개인사업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AI 알고리즘이 세무행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는 더 분명한 이유제시가 필요하다. 더 투명한 선정 기준이 필요하고, 더 확실한 권리 구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은 조세행정의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디지털 혁신의 물결 속에서도 조세정의와 절차적 공정성이라는 기본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조세법의 기본 원칙을 다시 정비하고, 기술과 정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세무조사 통보서를 받은 납세자가 "왜 나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AI 시대의 세무행정이 진정한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는 아래 원문을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경 LAW&BIZ
원문보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221709i
관련 분야
TOP 버튼 모바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