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김’이라는 명칭을 보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광천’은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읍(광천읍)의 명칭이므로, ‘광천김’은 광천 지역과 관련된 김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실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특허법원에서 ‘광천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취소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이제 ‘광천김’은 광천 지역과 관련 없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표장이 되었습니다. 어째서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것일까요?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광천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협업적 경영을 도모하기 위하여 설립된 조합법인입니다.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광천김’이라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하여(이하 ‘이 사건 단체표장’이라고 합니다), 지정상품 ‘조미구이 김’에 대하여 ‘광천김’이라는 표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들에게만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였습니다.
그런데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이 아닌 A업체가 ‘광천김’이라는 상품명을 사용하여 대형마트에서 김 제품을 판매하였고, 이에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관계자가 해당 대형마트에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후 A업체가 마트에서 철수하게 되자, A업체는 특허심판원에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을 상대로 이 사건 단체표장 등록 무효 심판을 청구하였고, A업체의 대표자인 B는 이 사건 단체표장 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등록취소 및 등록무효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A업체 및 B는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각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상판결들은 위 심결취소소송들에 대한 각 판결입니다.
2.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의의 및 요건
상표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을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산지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 및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산지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된 표장만으로 된 상표 또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라고 하더라도, 그 표장이 상품의 특정 품질·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지역에서 비롯된 경우에 그 지역에서 생산·제조 또는 가공된 상품임을 나타내는 표시(이하 ‘지리적 표시’라고 합니다)인 경우에는, 그 지리적 표시를 사용한 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등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천쌀’, ‘순창고추장’ 등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예시입니다.
즉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그 표장이 상품의 특정 품질·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지역에서 비롯된 경우여야 하며, 이러한 내용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출원 시 정관 또는 규약에 기재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정관에는 (1) 단체표장을 사용하는 소속 단체원의 가입자격, 가입조건 및 탈퇴에 관한 사항, (2) 단체표장의 사용조건에 관한 사항, (3) 단체표장의 사용조건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제재에 관한 사항, (4) 그 밖에 단체표장의 사용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5) 상품의 특정 품질·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에 관한 사항, (6) 지리적 환경과 상품의 특정 품질·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과의 본질적 연관성에 관한 사항, (7) 지리적 표시의 대상지역에 관한 사항, (8) 상품의 특정 품질·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에 대한 자체관리기준 및 유지관리방안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야 합니다(상표법 제36조 제3항, 상표법 시행령 제3조).
또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지정상품은 원칙적으로 지리적 표시의 정의에 합치됨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한 1개의 상품에 한하여 등록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원재료 상품 및 그 원재료 상품의 주원료가 되는 원료로 만든 복수의 가공품 등과 같이 매우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고, 각각의 지정상품에 대하여 지리적 표시의 정의에 합치함을 입증하는 서류가 제출되는 경우에는 2개 이상의 지정상품을 등록 받을 수 있습니다.
3. 광천김이 명성을 취득하게 된 경위 및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 경위
가. 광천김이 명성을 취득하게 된 경위
광천읍은 충남 홍성군 남부에 있는 읍으로서, 응암포구를 통하여 김 양식업이 번성하던 천수만과 연결되어 있어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천수만 일대에서 생산·가공된 재래김 등이 뱃길을 따라 모여 판매되는 김 유통시장이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광천읍은, 일반 수요자들이 광천읍을 김(물김)의 산지로 오인할 정도로, 김에 대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1985년경부터 천수만 간척 사업이 시작되는 등으로 인하여 광천읍은 더 이상 뱃길로 바다에 연결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에 광천읍 일대 상인들은 지역상권이 쇠퇴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광천읍특산물상인조합을 결성하고 1996년 10월 김장철을 전후하여 매년 광천토굴새우젓·재래맛김 축제를 개최하여 새우젓과 함께 재래김을 광천읍 지역 특산물로 홍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990년 후반 무렵부터, 광천읍 일대 김 가공업체들이 조미김을 생산하여 판매하기 시작하였으며,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광천김에 대한 홍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이로써 광천읍은 ‘광천김’에 대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즉 광천읍의 ‘광천김’에 대한 명성은, 김의 원초 생산지로서의 명성이 아니라, 가공김의 생산지로서의 명성인 것입니다.
나.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 경위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2012. 9. 13.경 지정상품을 ‘김, 조미 김, 구이 김’으로 하여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출원 신청을 하였으나, 2012. 12. 21.경 특허청으로부터 ‘지정상품 중 조미김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은 삭제하고, 생산 또는 가공과정의 특성과 자체관리기준에 관한 내용 등을 보완하라’는 취지의 의견제출통지서를 송부받았습니다.
이에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2013. 3. 21.경 지정상품을 ‘조미구이 김’으로 보정하고, 광천김의 원재료 우수성과 광천김의 원료구매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단체 및 회원이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유지관리기준에 통합하여 구체적으로 수정 보완하며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만을 사용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2014. 7. 17.경 지리적 표시 단체등록을 받았습니다.
즉,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구이 김’이 아닌 ‘조미구이 김’에만, 그리고 ‘외국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이 아닌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으로 조미한 조미구이 김에만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이후에서야 비로소 이 사건 단체표장이 등록된 것입니다.
4. 대상판결의 내용
가. 대상판결(1): 이 사건 단체표장 등록 무효 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특허법원 2023. 6. 30. 선고 2022허5713 판결(상고중)]
1) ‘지리적 표시’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록무효사유에 대하여
‘지리적 표시’란 상품의 특정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비롯된 경우에 그 지역에서 생산, 제조 또는 가공된 상품임을 나타내는 표지를 말합니다(상표법 제2조 제1호 제4호). 이 때 “상품의 특정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비롯된 경우”란 상품의 특정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 경우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생산비법, 시설 등의 인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위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이 출원되었을 경우에는 등록거절결정이 내려져야 하며(상표법 제54조 제1호), 위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출원에 대한 등록은 무효입니다(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1호).
원고(B)는 (1) 이 사건 단체표장의 지정상품인 ‘조미구이 김’은 가공식품이므로 이 사건 단체표장이 지리적 표시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생산방식 내지 특유의 가공방법 등의 인적요소가 있을 것이 요구되나, 광천김의 생산관리과정, 가공방법 등에 특별한 점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2)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이 이 사건 단체표장 출원 당시 제출한 정관 부속서에는 ‘천일염’을 사용하여 생산한다는 등의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이러한 기준이 준수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광천읍의 조미김 산지로서의 명성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단체표장에 등록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미구이 김 제품에 광천읍의 전통적인 생산방식 내지 특유의 가공방법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지만, 종래의 재래김 유통판매지로서의 광천읍의 명성과 이러한 명성을 바탕으로 한 광천읍 상인들의 적극적인 홍보활동 등을 통해 광천읍의 조미김 산지로서의 명성이 얻어진 것인바 이는 광천읍 지역의 지리적 환경 중 ‘인적 요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1)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또한 특허법원은 위와 같이 광천김의 ‘명성’ 특성이 인정되는 이상 별도로 ‘품질’ 특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2)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2)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록무효사유에 대하여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그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 제조 또는 가공하는 자만으로 구성된 법인만이 등록받을 수 있습니다[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표법’이라고 합니다) 제3조의2
[1]]. 위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자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출원에 대하여는 등록거절결정이 내려져야 하며(구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위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자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출원에 대한 등록은 무효입니다(구 상표법 제71조 제1항 제1호).
원고(B)는,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정관은 조합원의 자격으로 ‘광천읍 지역에서 광천김을 생산(제조 또는 가공)하여 판매 또는 수출하는 자’로 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단체표장 출원 또는 등록결정 당시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 중에는 광천읍에 위치하지 않으면서 광천김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자가 존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표장에는 등록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C가 광천읍에 위치하지 아니하였던 사실을 인정하며 C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 자격을 가지는지 의심스럽다고 보면서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은 그 근거로 (1)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조합으로서의 성격과 법인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구 상표법 제3조의2에서 정하는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 제조 또는 가공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만으로 구성된 법인’인지 여부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인 조합원과는 구별되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점, (2)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그 구성원인 조합원의 가입,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이나 조합원의 자격 유무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로 존속하는 것이며,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언제든지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를 탈퇴시키거나 제명할 수 있는 점을 설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무효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3) 소결
이상과 같이 특허법원은 이 사건 단체표장에 등록무효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B)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대상판결(1)에 대하여는 원고(B)가 상고하여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며, 2023. 11. 19. 심리불속행기간이 도과되었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대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 대상판결(2): 이 사건 단체표장 등록 취소 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특허법원 2023. 11. 8. 선고 2022허5690 판결(확정)]
1)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의 등록취소사유에 대하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는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가 지정상품 또는 이와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 다만, 상표권자가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는 제외한다.”를 상표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단체표장의 지정상품은 ‘조미구이 김’이었는데,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일부 조합원은 ‘김자반, 김밥김, 김가루, 구운 김, 구운 감태 등’에도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원고(A업체)는,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일부 조합원들이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이 사건 단체표장과 동일 또는 유사한 표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들이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되었고 광천김영어조합은 조합원의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단체표장에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의 등록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특허법원은, 위와 같은 원고(A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단체표장에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의 등록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가목의 등록취소사유에 대하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가목은 “소속 단체원이 그 단체의 정관을 위반하여 단체표장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한 경우나 소속 단체원이 그 단체의 정관을 위반하여 단체표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 또는 지리적 출처를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 다만, 단체표장권자가 소속 단체원의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는 제외한다.”를 상표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정관에는 ‘광천읍 내에서 김 등을 생산하는 자’만이 조합원의 자격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음에도 일부 조합원들은 광천읍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조미구이 김을 생산하면서도 이 사건 단체등록상표를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정관 및 정관의 내용에 포함되는 부속서,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이 2013. 3. 21. 이 사건 단체표장에 대한 거절이유통지에 따른 의견서에는, ‘광천김’ 조미 시에는 ‘국내산 천일염’과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이 사용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일부 조합원들은 ‘국내산 천일염’,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이 아닌 ‘맛소금, 외국산 천일염, 정제소금’, ‘외국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사용하여 ‘조미구이 김’을 생산하면서도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원고(A업체)는,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일부 조합원들이 정관을 위반함으로써 수요자들이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되었고 광천김영어조합은 조합원의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단체표장에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가목의 등록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특허법원은, 위와 같은 원고(A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단체표장에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가목의 등록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다목의 등록취소사유에 대하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다목은 “제3자가 단체표장을 사용하여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이나 지리적 출처를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하였음에도 단체표장권자가 고의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상표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고(A업체)는,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이 아닌 C가 이 사건 단체표장을 조미구이 김의 포장에 사용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고의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 단체표장에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다목의 등록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특허법원은, 위와 같은 원고(A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단체표장에 등록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소결
이상과 같이 특허법원은 이 사건 단체표장에 등록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이 사건 단체표장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 판결에 대하여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이 상고하지 않아 본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5.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대상판결(1)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1)에서 특허법원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 C가 조합원 자격이 없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그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 제조 또는 가공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만으로 구성된 법인만이 등록받을 수 있다’는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어서 이는 상표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원의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단체표장이란 상품을 생산 등을 하는 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그 소속 단체원에게 사용하기 위한 표장을 말하고,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이란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 등을 하는 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그 소속 단체원에게 사용하게 하기 위한 표장을 말합니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3, 6호).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그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 등을 할 수 있는 자로 구성된 법인만이 등록받을 수 있으며 이에 반하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은 무효입니다(상표법 제3조 제2항, 제54조 제4호, 제117조 제1항 제1호). 또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된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없는 자에게 단체의 가입을 허용하는 것(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8호 가목), 제3자가 단체표장을 사용하여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이나 지리적 출처를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하였음에도 단체표장권자가 고의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것(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7호 다목)은 상표등록취소사유에 해당합니다.
즉 “상표 등록까지의 시점”에서 법인의 구성원이 ‘그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 등을 할 수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등록무효사유와 연관되고(상표법 제3조 제2항, 제54조 제4호, 제118조 제1항 제1호), “상표등록 이후 시점”에서 ‘그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없는 자’에게 단체의 가입을 허용하는 것은 등록취소사유와 연관됩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8호 가목). 그리고 이와 같은 상표법의 규정을 조화적으로 해석하여 보자면, 상표법 제3조 제2항과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8호 가목은 모두 ‘그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자’만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권자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동일한 취지에 대한 규정이고, 다만 그 관리 시점(“상표 등록까지의 시점” 또는 “상표 등록 이후 시점”)만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 C가 조합원 자격이 없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상 법원은, C가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 시점 당시 이미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는지(요건 1), 만일 C가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 시점 당시 이미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다면 C가 등록 시점 당시부터 조합원 자격이 없었던 것인지(요건 2) 여부를 살피어, 요건1, 2가 모두 성립한다면 등록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1)은 C가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 시점 당시 이미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는지 및 만일 C가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 시점 당시 이미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다면 C가 등록 시점 당시부터 조합원 자격이 없었던 것인지 등을 살피지 아니한 채, C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등록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등록무효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판단에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무효사유에 대한 법리오해가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나. 대상판결(2)에 대한 검토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해당 지역 고유의 생산 방식, 재료 등을 감안하여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을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단체의 소속 단체원들에게만 해당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사용을 허락하는 대신 소속 단체원들은 해당 단체의 정관 등에 기재된 고유한 생산방식 등을 ‘엄격히’ 준수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결과 일반 소비자와 거래 당사자들은 지리적 단체표장이 사용된 제품에 대해 단체 고유의 생산방식과 재료 선정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광천김의 경우, 1980년대 천수만이 간척된 이후 광천지역에서 김의 원초를 생산할 수 없게 되어 ‘김의 원초’가 아닌 ‘가공김’의 산지로 알려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관 등에 기재한 고유한 생산방식 등을 ‘엄격히’ 준수하여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특허청은 2012. 12. 21.경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이 사건 단체표장 출원에 대하여 ‘지정상품 “김, 조미 김, 구이 김” 중 조미김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은 삭제하고, 그 외 생산 또는 가공과정의 특성과 자체관리기준에 관한 내용 등을 보완하라’는 취지의 의견제출통지서를 송부하며, ‘엄격한’ 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특허청의 위 의견제출통지서에 따라 지정상품을 ‘조미구이 김’ 하나로 수정하고,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만을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출 것을 표시하였습니다. 즉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구이 김’이 아닌 ‘조미구이 김’에만, 그리고 ‘외국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사용한 조미구이 김이 아닌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사용한 조미구이 김에만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특허청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표시를 신뢰하여, 이 사건 단체표장이 ‘엄격한’ 요건을 갖출 것이라고 보아, 단체표장등록을 해주었습니다. 이상과 같은 이 사건 단체표장의 등록 경위를 살펴보면, 특허청과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구이 김’이나, ‘외국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으로 만든 조미구이 김에 대하여는, 이 사건 단체표장등록을 하지 아니할 의사였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일부 조합원은, ‘조미구이 김’이 아닌 ‘구이 김’ 등에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하였으며,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이 아닌 ‘외국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사용하여 만든 조미구이 김에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은 이러한 일부 조합원들의 행위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부주의는, ‘구이 김’이 아닌 ‘조미구이 김’에만, 그리고 ‘외국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사용한 조미구이 김이 아닌 ‘국내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사용한 조미구이 김에만 이 사건 단체표장을 사용할 것이라는 공공의 신뢰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광천김이 명성을 취득하게 된 경위와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이 이 사건 단체표장을 등록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여 살펴볼 때,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의 일부 조합원이 지정상품과 정관의 내용을 준수하지 아니한 점과 광천김영어조합법인이 이러한 일부 조합원들의 행위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아니한 점이 상표등록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6. 결론
대상판결(2)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제도가 실시된 지난 2005년 이후 단체표장 등록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취소된 첫 사례입니다. 또한 대상판결(1)에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이 무효로 판단되지는 않았지만, 대상판결(1)에 대하여는 대법원에서 새로운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향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취소 및 무효 이슈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2)에서 주로 문제되었던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및 제7호 가목 경우, 거래자나 수요자에게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상표권자가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에는 상표등록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때 “상표권자가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를 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소속 단체원들에게 오인·혼동행위를 하지 말라는 주의나 경고를 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사용실태를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등의 방법으로 단체표장 사용에 관하여 소속 단체원을 실질적으로 그 지배하에 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표장권자라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취소와 관련된 법적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소속 단체원들의 사용실태를 정기적으로 감독하였다는 취지의 자료를 작성하여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상기 내용에 관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법무법인 린 IP팀 전응준 변호사(Tel. 02-3477-8695)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